조해일의 '뿔'은 5권에서 흥미롭고 빠르게 읽힌 작품이다. 주인공 가순호는 하숙을 옮기기 위해 왕십리에서 지겟꾼을 찾는다. 그 시절에는 하숙을 하는 사람들이 이삿짐을 옮길때 지겟군을 썼나보다. 그리고 일부 짐은 지게에 옮기고 짐 주인은 지겟꾼을 따라 나서는 시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지겟꾼을 왕십리에서 골라서 흑석동까지 짐을 옮기는 여정의 이야기이다. 일종의 로드무비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지겟꾼의 지게는 4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고 이제 지겟꾼이 짐을 들어 올리며 걸음을 옮기면서 특이점이 시작된다 지겟꾼은 놀랍게도 뒤로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나이는 등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가순호와는 얼굴을 마주보게 된다. 이때 가순호는 그의 얼굴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나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번쩍 들고 눈동자들의 물결을 뒤로 거슬러 묵묵히 그리고 힘있게 퇴보해갔다"
굉장히 역설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조해일 작가는 아름다운 구릿빛 지게꾼의 얼굴과 극명하게 일반인들의 모습을 '가래침 빛깔'의 얼굴이라고 대조적으로 말한다 가순호는 '내 얼굴도 가래침 빛깔이 거야 하고 생ㄱ악했다' 라고 쓴다.
1970년대 초반의 서울 거리를 휙휙 지나가는것도 독자가 알고 있는 그 일대의 지금 거리와 비교하여 재미있는 대목이다. 신당동, 남대문, 용산 미군부대, 삼각지, 그리고 한강을 건너 가는 대목까지 서울을 이야기 속에 집어넣었다
전체적으로는 딱 2번 두 사람 이외의 인물과 만난다. 한명은 둘째형이자 장교인 필호 형이다. 가필호인 셈. 이 형은 동생에게 현실적이지 못한 동생의 모습을 타박한다. (동생이자 주인공은 번역일을 한다). 두번째 인물을 끄트머리에 나온다. 드디어 한강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데 아이에게 젖을 물린 걸인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 부분은 또 굉장히 지금까지의 내용과 다르다.
"지나쳤던 걸음을 앞으로 한 발짝 되돌려 그는 그 양은그릇 앞에 버티고 섰다. 사나이의 얼굴은 이제 추하게 붉어져 있었다. .. 가순호는 순간 사나이의 얼굴이 온통 눈물로 뒤범벅이 된 것을 보았다. 긔고 고통 속에서 가순호는 생각했다. 사나이의 정말 아름다운 얼굴을 보 것은 바로 이 순간이라고. "
그리고 다시 반전은 마지막에 나온다. 짐을 다 풀고 떠나는 그를 가순호는 완전히 다르게 평가한다.
'약속된 금액을 받고 나서 사나이는 말없이 떠났다.. 그때 그는 비로소 바로 걷기 시작했는데 그 걸음은 힘없이 보였으며, 그의 등뒤에서 하늘과 지평을 향해 뻗어나온 네 개의 뿔들은 이제 뿔이랄 것도 없는 때 묻은 네 개의 나뭇가지일 뿐이었다. 그 모습은 아주 초라해보였다"
이 책에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가순호'들'이라고 가순호와 지겟꾼을 복수형으로 묘사하는 대목도 특이하다. '가순호'라는 이름도 특이한데 이 역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황석영은 이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후기를 덧붙이면서 문학 예술의 '알레고리'를 언급한다. 조해일은 이 작품 이후에 70년대 중반 베스트셀러 '가을여자'를 낸 작가가 된다. 이 작품은 그 이전의 작품이다. 문학사에서 알레고리는 계몽적 풍자의 방법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여기에 일일이 그 해석을 적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것은 어떤 알레고리 일까 생각해볼 거리들이 주인공의 이름과 뒷걸음질치는 전진행보와 지게꾼과 가순호의 대화 등등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다. 지게꾼은 등반 보이지 않으면 개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하고, 미군부대를 지나 형을 만난다. 형은 효율을 강조하고 동생은 뒤로 걷는 지겟꾼을 다시 좇아간다.
마지막에 동냥그릇을 돌려차는 지겟꾼의 모습은 무엇인지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부분에 대한 해석과 가순호 그 이름에 대한 해석은 황석영작가가 굳이 늘어놓지 않는다. 물론 지게가 뿔 4개가 달려있는데 그에 대한 해석도 독자가 찾아야 할 숨은그림 찾기일 수 있겠다.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가는 작가의 알레고리가 숨겨질까 드러날까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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