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눈길은 가난을 부모와 함께 짊어져야 했던 70년대 가장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를 떠나 도시로 가서 결혼을 한 남자 주인공은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고 어머니는 70년대 관공서가 독려하던 지붕개량 사업 이야기를 꺼낸다. 돈이 들 것이고 어머니의 나이를 생각하면 괜한 짓이고, 여기에 아들은 개입하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며느리는 다르다. 기어이 어머니에게 아들를 떠나보낸 그 날을 아들 에게 들려주도록 만들고 아들은 잠에 골아 떨어진 척 누웠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라 아들에게 짐을 더 주고 싶지도 않고, 아들에게 생색을 내고 싶지도 않고 동시에 아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아들이 아닌 며느리에게 기어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있겠다.
아들은 어떨까 듣고 싶지 않다. 자기는 엄마에게 '빚' 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빚이 없다. 고 생각한다. 당당하다 떳떳하다. 그런데 엄마가 자기를 도시로 보내고 돌아간 산길, 눈길 이야기를 자기 아내에게 기여코 털어놓을 때는 스스로의 한심함과 무기력함에 무너지고 만다.
사실 독자 입장에서 봐도 아들은 빚이 없다. 형이 말아먹은 집을 형수와 어머니가 살고 잇고 자신은 도시에서 힘들게 친척집을 전전하며 자수성가를 이뤘기에 엄마와 고향이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시대의 이야기를 끄집어 냈지만 자식과 엄마의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무책임하고 또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이다. 이청준 작가는 어느 편일까. 눈길을 되돌아 걷던 어머니가 바라본 햇살 든 눈부신 남의 집이 된 집 지붕을 엄마가 어떤 심정을 보았는지 굳이 아들에게 전달하며 이야기를 맺었던 것을 보면 짐작은 가지만.....
아무튼 참 슬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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