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의 해벽을 읽었다.. 이 역시 참 엄청난 소설이다. 황석영은 후기에 이문구를 자신의 문학적 라이벌이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읽어보니 그러하다. 이문구의 이야기는 황석영의 글과 비슷하면서 다르고 토속적이고 깊이가 있고 드러내면서 감추는 놀라운 글이었다.
해벽은 어촌에서 살아가는 조등만 이름의 조가, 조 씨의 이야기이다. 조씨는 이 어촌의 토박이로 정말 그 바다와 땅에 애착을 갖고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모든 수난을 지켜봤고 자신의 배도 바다에 잃기도 했다. 그는 어촌 조합의 조합장도 했고 학교도 세웟고 마을에서 어떤 정치가 있었는지도 모두 들여다보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소설 말미의 대들보처럼 돛대로 사용되어야할 재목임에도 두메산간에 갇혀있는 신세가 되어 있다. 그렇게 소설은 끝난다.
분량이 꽤 길다. 단편이라고 하기엔 중편에 가깝다. 하지만 문장들이 참 좋다. 수많은 사투리와 비유적인 표현들이 글을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물론 중간에 미군 만행들을 읽는 것은 불편하지만 어촌 토박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고향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모습이 그대로 썰물의 바닥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밀물의 바다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종반에 이르러 배를 잃기 전 술집을 찾아 작부와 하룻밤을 지내고 거기서 밀물때를 만나고 심리적으로 불안에 떠는 그 모습도 참 인간의 나약함을 그 와중에 보여주고 작가가 이 해벽이라는 작품으로 평범한 어촌 마을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는 지 잘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현실주의의 적나라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놀아남으로 인해 배가 사고가 날까봐 전전근긍하는 모습은 또 굉장히 토속적이고 미신적이고 역설적으로 그또한 어촌 촌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기까지 하다.
황석영은 후기에서 이문구와 김동리 그리고 정치적 선택을 소개한다. 하지만 작품에 푹 빠진듯하다. 이문구의 소설은 소리를 내서 읽어봐야 한다고 황석영작가가 이야기할 정도이다. 맞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글은 요새 말로 어떤 인공지능도 따라서 쓸수가 없겠구만 하는 생각 말이다. 사투리가 채워지는 문장들의 완성도가 너무 완벽하고 얼마나 정성스럽게 문체를 다듬고 문장을 완성했을지 작가의 정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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